건강, 비움, 사랑, 평화가 있는 곳 HELP 헬프단식원입니다.
9박10일 단식을 마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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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 지 혜 | 작성일 | 2016-01-14 |
새 해에 하기로 계획한 단식을 실행하는데 두어 달이 걸렸다. 10여년 전부터 단식을 해왔고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도 역시 또 고민되고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그 과정이 어떠한지 너무도 잘 알아서일 것이다. 단식을 하면 배고픔, 무기력감을 견뎌야 하고 그 보다도 더 힘든 아주 천천히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인내해야 하기에. 그래도 항상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지병을 떨쳐내야만 했기에 가방을 싸서 버스를 타고 인터넷에서 뒤지고 뒤져 정한 군산 헬프 단식원으로 향했다.
헬프 단식원은 황토로 만든 집이었고, 가운데 교육장이 있는 본부와 양 옆에 남 녀 숙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곳은 일명 쏭 박사라 불리우는 교육 강사님과 원장님 두 분이 운영 하시는 곳. 핸섬한 외모의 쏭 박사님은 강의 땐 정말 열정을 쏟아 온몸으로 강의하신다. 범상치 않은 이력과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가 이런 시골 단식원에서 일하다니! 처음엔 적지 않은 연세의 어머니인 원장님을 도우시는 거겠지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그 차원이 아니라 철학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시는 것으로 느껴졌다.
정미경 원장님은 정말 존경스럽다는 말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너무도 부족한것 같다 만약 그 분의 삶이 자서전으로 쓰인다면 그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라이프스토리에 아마 사람들은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할 것이다. 단식 기간 동안 아낌없이 전수해주신 김치담그기와 온갖 장 종류, 장아찌, 쨈, 떡, 반찬 만들기 등등 그 많은 것들을 배울 때는 정말 시간이 번개처럼 흐르는 것 같았다.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생활의 노하우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고 또 적었다. 원장님 음식의 특징은 맛있으며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게 연구하신 것이고 또 안전하고 약이 되는 자연재료만 취급하신다는 점이 포인트다. 나도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지만 그 어디서도 이런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다. 세상에 이런 곳이 군산에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어서 집에 돌아가서 하나씩 해봐야지 생각하니 절로 흥분되고 입에 침이 고인다. 원장님께서 냉 온욕 할 때 이야기보따리 하나씩을 풀어서 재미나고 구수한 말솜씨로 우리를 웃게도 만들고 가슴 뭉클하게도 만들어 지루함을 없애주셨던 추억은 아마도 돌아가서도 두고두고 생각날 것이다.
함께 단식했던 71기 동료들이 모두 좋은 분들인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웃고 수다 떨며 또 서로를 배려하면서 어쩌면 쉽지 않은 시간들을 함께 동고동락한 우리들은 곧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돌아가겠지만 서로 연락을 하며 끈끈한 단식 동기로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단식원에서 했던 냉 온욕, 풍욕, 된장찜질 이런 것들을 정말 즐겁게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침저녁 시골 동네 한 바퀴와 군산 둘레길인 구불길로 이어지는 숲속을 산책하는 운동시간도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산책시간에 냉이가 눈에 띄어 조금 캐보았다. 뿌리가 실하고 향기가 진한 냉이를 다듬으면서 원장님과 쏭박사님 밥상에 보글보글 냉이 된장국이 오른 그림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비움! 비우기 위해 그리하여 새 몸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과연 몸만 비워졌으랴, 마음도 비우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소망과 감사를 가득 담을 수 있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고 복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애초에 단식원을 찾은 목적인 내 건강도 좋아질 것임에 분명하고.... 칼을 대지 않는 수술, 단식으로 못 고치는 병이 없다지 않은가. 돌아가서 보식기간 실패 없이 잘 실천하고 앞으로 자연식으로 살아가게 될 터이니 미래의 내 건강은 보장 받은 거나 다름없단 확신이 든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단식을 소개해 주는 일이야말로 반드시 내가 꼭 해야만 할 숙제라고 거듭 다짐하면서, 1016년 1월 내게 다가온 이 소중한 인연들에 깊이 감사한다. |